- 불협화음(dissonance) 현장
/ 정아림 Jung Arim (학예연구사 )/ 2025
차가운 붉은빛의 카펫을 경계로 얇은 회화들이 자리한다. 카펫을 둘러싼 벽의 창문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통과시키며 각각의 구성들과 공기를 감싼다. 이 파편들은 가까이 모여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멀찍이 떨어진 채로 자리 잡고 있으며, 모두 경계 바깥을 응시한다. 붉은 카펫 위의 공간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극(劇)적인 현장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read more & English



- 풍경의 전환들 Turns of Landscape
/ 허호정 Hur Hojeong (큐레이터 Curator )/ 2025
초기작부터 김선영은 풍경을 다뤄왔다. 산, 들, 숲, 강, 바다 등의 경관/장소를 화면에 펼쳐 보이는 그림을 ‘풍경화’라 한다면, 김선영의 작업을 풍경화라고 부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작가는 묽게 갠 안료를 종이 위에 얇게 발라 자연 경관의 모습을 평평하게 펼쳐놓는다. 그리고 거기서 도드라지기도 묻혀 버리기도 하는 인체 형상을 화면에 적절히 배치한다.
그런데 상당 기간 김선영이 그리는 풍경은 가만히 바라볼 만치 평온한 심상을 자아내지 못하고, 어딘지 불안함을 야기했다. 대지는 벌건 살갗으로 드러나고, 능선은 할퀸 자국을 보이거나 구겨지며, 바위나 모래 둔덕은 쏟아진다. 젖은 벽이 얼룩져 흘러내리고, 덤불과 넝쿨은 찌를 듯 솟아나 있고, 바다나 호수의 물결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소용돌이친다. 그렇게 어딘지 불편하고 낯선 감각의 풍경은 질문을 남기기 일쑤였다. ︎︎︎ read more & English



- 둘 이상의 살갗  Skin of More than Two
/ 허호정 Hur Hojeong (큐레이터 Curator )/ 2023

“끝없는 내일”. 김선영이 은사의 전시 제목이었다고 회상하며, 읊은 구절이다. 그림이 채 만들어지기 전 새하얀 바탕을 마주하고 선 화가에게 ‘내일’은 가능성인만큼 무거운 중량으로 다가온다. 달리 말해, 회화는 하얀 사각의 공간을 채워야 하는 매일의 과제를 화가에게 안긴다. 아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혹은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처럼) 기적적으로 결국 도래할 것이다. … 사건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작가의 책무는, 내일과 내일이 끝없게 이어지는 연장된 감각에 맞물려 화면 앞에 도사린다.  ︎︎︎ read more & English



- 타인이라는 포말 앞에서  In Front of the Foam Called Others
/ 이진실 Lee Jinshil  (미술비평 Art critic)/ 2019
피멍이 든 것 같은 울긋불긋한 얼굴이 있다. 눈은 지워지고 굳게 다문 입은 부어올라 있다. 마치 폭력에 짓이겨진 듯한 얼굴 형상 그림들은 어떤 사건의 피해자들 같다. 그림의 제목은 <오해>(2013)다. 아,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그림을 보고 있는 피해자를 떠올리는 것은 오해라는 말이겠다.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가? 김선영의 대답은 “나는 괜찮다”이다. 그림은 자화상일 수 있고, 사람들은 내가 얻어맞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의연하다, 그다지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이 납득되기에는 얼룩덜룩한 얼굴이 너무나 강렬하다. 이 이중부정의 태도, 수동공격의 태도는 윤곽 없이 부글부글한 얼굴의 형상 그 자체와 겹쳐지면서 내게 아주 오랫동안 잔상을 남겼다. ︎︎︎ read more & English


- 어떤 자리 A Certain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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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Lee Eunju (미술비평, 독립기획 Independent Curator, Art Historian )/ 2018
풍경화에는 의례 보는 이의 관점이 개입된다. 그러나 김선영은 2017년 스스로 ‘주체가 없는 풍경’이라고 언급한 일련의 풍경화를 발전시켰다. 이 연작에서 그는 작업을 위해서 찍었던 과거의 사진이나 드로잉 중에서 선택되지 않았던 B컷들을 활용하였다.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자료들로부터 출발한 풍경에 ‘( )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아직 주체의 좌표 안에 들어오지 못한 채 유보되어 있는 중간 지대를 지시한 것이다. 실상 이러한 작업은 목적지 없는 행로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주체의 부재라기보다는 주체적 관점의 불확실함 그 자체를 투사하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 read more&English


- 감정·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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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암(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 2017
폭풍의 언덕, 영국식 해안의 절벽. 태풍이 불기전에 스산하면 꿀꿀한 날씨의 풍경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밝은 풍경을 고른 듯하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폭풍이 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언덕 위에 서있다. 마치 비장한 거대서사가 시작되기 직전의 전조(前兆)처럼 얼룩처럼 이미지가 번지고 치솟으며 펼쳐진다.  ︎︎︎ read more &  English

-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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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권 수석기자/ 2016년 7월 <월간미술> 뉴페이스 기사
집중해 관찰하지 않아도 익숙한 주변 풍경이 ‘문득 발견’ 될 때가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일상에 무심해지지만 때론 어쩌다 발견하는 변화에 유난을 떨기도 한다. 그러나 그 유난스러움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돌아가버린다. 여기 김선영의 회화가 있다. ︎︎︎ read more & English


- 우리라는 벽, 우리라는 통로
/ 이슬비(미술비평)/ 2015
다소 어두운 색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 김선영의 작업은 특유의 감성으로 어필하지만 개인 취향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에서 어떤 해답을 찾기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개인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회화적 사유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 read more &  English

- 일상적인 기억에서 진정성 찾기
/ 신승오(미술비평)/ 2012

김선영의 작업 중 대표적인 작업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들, 다시 말해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본 풍경이 아니라, 눈으로 보긴 하지만 기억 속에 각인되지 않고 소멸되어 버리는 어떻게 보면 버려진 풍경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다시 말하면 기억과 기억 사이 속에 빈 공간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 read more & English

-삶의 잔상으로부터 ‘진짜’ 찾기 Discovering the 'nature' in afterimage of life
/ 김지연 Kim JIyon (학고재디렉터 Director of Hakgojae)/ 2010

김선영의 작업은 사진 찍기에서 출발한다. 그의 피사체는 주로 일상의 풍경, 혹은 여행지의 풍경이다. 이내 그는 사진의 이미지들을 긁어낸다. 표면의 이미지들을 벗겨낸 부분은 그 벗긴 정도에 따라 노란색, 오렌지색, 갈색 빛을 띤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식되어 가는 녹슨 철판 같은 색이다. 긁어낸 부분들에는 도구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붓질처럼 보인다. 덕분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폭을 연상키는 것이 상당히 회화적이다.︎︎︎ read more &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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